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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

아버지와 단둘이 가는 시골여행의 하루

by 튼튼냥이 2025.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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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주말 날씨가 정말 좋았다. 아침부터 공기가 맑고 하늘도 예쁘길래 "역시 가을이구먼~" 하며 괜히 기분이 들떴다.
마침 아버지가 “시골이나 한 번 갔다 오자”고 하셔서 둘이 가볍게 짐 챙겨서 시골 이모부 댁으로 향했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조수석에 자리 잡은 아버지는 옆에서 라디오 틀어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출발했다.
볼 때마다 똑같은 길인데도 오늘은 왠지 더 평온하게 느껴졌다. 아버지와 둘이 이렇게 길을 달리는 것은 거의 처음인거 같다.

시골에 도착하니 공기부터 달랐다. 도시에선 절대 맡을 수 없는 흙 냄새, 풀 냄새, 그 특유의 시골 향. 바람도 서늘하면서 기분 좋게 불었다. 이모부 집 앞에는 감나무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고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주황빛 감들이 정말 예뻤다.
이모부가 “올해 감이 아주 잘 됐다”고 하시며 감따는 전문 장비인듯한 주머니 달린 기다란 막대를 “큰놈으로 골라 따봐!” 하셨다.

물론 감은 나 혼자서 땃다. 아버지는 연로하셔 멀찌감치 앉아 이모부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신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어릴 때는 외할아버지가 사다리 올라가고 나는 밑에서 “그거! 그거요!”라고 외치던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추억이라 생각되니.... 아버지가 밑에서 감 상자를 잡고 있었다. 세월이 이렇게 흐르는구나 싶었다.

감 하나 따서 아버지께 건네드렸더니 “이야, 잘 익었다” 하시며 제대로 홍씨를 만들어 보자 하셨다.
달고 쫀득한 그 맛, 도시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진짜 시골 감맛을 기대하며 미소를 지었다

 

한참 감 따고 나서 이모부댁 마당에 앉아 보리차 한 잔 마시는데 바람이 스치듯 지나가고 머리 위로 감 잎들이 흔들렸다.
그 조용한 오후 분위기가 전부 힐링 그 자체였다. 연로하신 아버지와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게 요즘 들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뭔가 대단한 여행이 아니어도 이렇게 시골 한 번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웃음이 난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아버지가 말했다.
“오늘 참 좋았다. 가끔 이렇게 다니자.”
그 말에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말… 좋은 날이었다.

오늘도 수고한 나에게, 아버지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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